ELITE LADIES CLUB · PRIVATE JOURNAL · 체험 노트

고삐를 놓은 그 오후

첫 수업에서 내가 늘 가르치는 건 딱 한 문장이다. 손에 힘을 빼세요. 말은 당신보다 먼저 당신이 긴장한 걸 압니다. 이십삼 년을 말해왔지만, 정작 내 손은 한 번도 풀린 적이 없다.

고삐를 놓은 그 오후

말은 읽어도 나는 못 읽는다

내 이름은 허칭란, 쉰셋, 샌타바버라 외곽의 마장에서 성인 승마를 가르친 지 이십삼 년째다. 고삐는 정직한 물건이다. 수강생이 안 무섭다고 말해도 손에 힘이 들어가면 반대편 끝이 바로 들통나고, 말도 덩달아 불안해진다. 나는 늘 말한다. 나는 속일 수 있어도 고삐는 못 속인다고. 내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젊은 시절 놀란 말을 붙잡다 남은 오래된 흉터가 있고, 손가락 마디에는 굳은살이 늘 붙어 있으며, 팔뚝은 또래보다 단단하다. 전부 쥐어서 생긴 것들이다. 이십삼 년 동안 나는 모든 말의 귀와 모든 고삐의 떨림을 읽을 줄 알게 됐다. 읽지 못하는 건 나 자신뿐이다. 어깨가 몇 해부터 밤새 욱신거리기 시작했는지, 손목이 언제부터 흐린 날이면 은근히 아파왔는지, 하나도 말할 수가 없다.

마장에는 율자라는 이름의 스무 살 된 늙은 암말이 한 마리 있다. 은퇴한 장애물 경주마로, 성미는 나보다 더 고약하다. 요즘 들어 그 말이 내가 멍하니 있을 때마다 큰 머리를 쑥 내밀어 내 어깨에 얹는다. 귀가에 따뜻한 숨을 뿜으면서, 가지도 않고 그냥 기대어 있다. 마부가 웃으며 말했다. 허 코치님, 쟤는 코치님이 지친 걸 알아본 거예요. 나는 같이 웃었지만, 그 한마디가 가슴 한복판을 가볍게 쳤다. 말 한 마리도 알아보는데 나는 아직 버티고만 있다니. 그날은 수업이 없는 월요일이었다. 마장의 일을 맡겨두고 차를 몰아 시내로 갔다. 예약은 지난달에 잡아둔 것이었다. 수강생들이 내가 ‘쉬는 법을 배우러’ 간다는 걸 알면 소리 내어 웃을 테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누워서도 말을 몰고 있다

방은 조용한 거리에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가죽과 마른 풀 같은 따뜻한 향이 났고, 나는 웃을 뻔했다. 우리 마장과 멀지 않은 냄새였다. 엎드렸을 때 내 오른손은 저도 모르게 오그라들어 있었다. 아직 고삐 한 자락을 쥐고 있는 것처럼. 테라피스트의 손은 팔뚝에서 시작됐고, 엄지손가락이 그 오래된 흉터를 지그시 눌렀다. 내 팔 전체가 반사적으로 확 긴장했다. 말이 놀라 때 사람이 먼저 고삐를 낚아채는 것과 똑같았다. 테라피스트가 잠시 멈추고 조용히 말했다. 힘주지 마세요, 손을 저에게 주세요. 딱 그 한마디에, 예고도 없이 눈가가 뜨거워졌다. 이십삼 년 동안 나는 수많은 수강생에게 “힘을 빼세요”라고 말해왔다. 그 말을 내게 해준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 뒤의 일은 전부 온도로 기억한다. 손바닥이 어깨뼈를 따라 아래로 밀고 내려가, 반평생을 쥐고 살아온 그 근육들에 닿자, 아릿함이 한 겹 한 겹 올라왔다. 햇볕에 마른 건초를 뒤집어놓은 것처럼, 밑에 갇혀 있던 열이 전부 올라왔다. 내 손은 처음엔 여전히 오그라들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손가락이 하나씩 저절로 펴져 침대 가장자리에 드리워져 있었다. 마침내 내려놓은 물건처럼. 나는 잠들지 않았다. 내 숨이 짧다가 길게 바뀌는 소리를 들었고, 멀리 창밖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가장 마음을 움직인 건 마지막 그 한 번이었다. 엄지가 내 손목 안쪽을 천천히 눌러 내려간 순간 — 이십삼 년 고삐를 당겨온 이 손목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단단히 받쳐지기 위해 있었다. 문득 율자가 내 어깨에 머리를 얹던 그 무게가 떠올랐다. 기댐을 받는 것과 기대는 것은 이렇게 달랐구나. 그다음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나올 필요도 없었다.

달력에 동그라미 친 월요일

마장에 돌아오니 날이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율자에게 저녁 사료를 주러 갔더니, 녀석은 여느 때처럼 머리를 내밀어 내 어깨에 얹었다. 따뜻한 숨이 귀가에 닿는다. 밤의 마장은 조용했고, 말들이 사료를 씹는 소리만 하나, 또 하나 들렸다. 평소 같으면 녀석을 쓰다듬고 밀어낸 뒤 다음 날 수업표를 확인하러 서둘렀을 것이다. 그날은 밀어내지 않았다. 울타리에 기대어 서서 오래도록 얹어두게 했고, 내 어깨는 푹 내려앉았으며, 손은 몸 옆에 축 늘어져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았다. 말 한 마리도 지치면 기댈 어깨를 찾는데, 쉰셋에 배웠다고 늦은 건 아니다.

다음 날 수업표를 짜면서, 나는 다음 달 수업 없는 그 월요일에 다시 동그라미를 쳤다. 수강생들은 늘 말한다. 코치님 손이 고삐에 닿기만 해도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고. 나도 가끔은 누군가 내 손에 손을 얹고 말해줬으면 한다. 아무 생각 안 해도 된다고. 고삐를 한 오후 놓고 싶은 분이라면, 말 한 마리가 일러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예약 페이지에서 미리 자리를 잡아두고, 심사가 지나면 천천히 가면 된다. 그날 내가 고삐를 못에 다시 걸었을 때, 내 손은 풀려 있었다.

상설 노트 · 이어 읽기

23년간 고삐를 쥐었던 손이 마침내 풀리는 순간 — 그것이 이 노트의 중심입니다. 휴식을 늘 마지막에 두는 분을 위한 글로, 아래에 전신 케어와 같은 주제의 노트를 이어 둡니다.

컨시어지에게 맡겨 보세요 →

아직 준비가 안 됐어도 괜찮습니다.

그녀들의 이야기부터 읽어 보세요 · 이 페이지를 저장해 두고 나중에 · 궁금한 점은 문자로 하나만 — 신청은 필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