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세고 있었다
내 이름은 선즈야오, 서른여섯, 시카고의 한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한 지 십일 년째다. 바깥 사람들은 연주는 재능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안다. 연주는 세는 일이다. 한 마디 네 박, 반 박만 어긋나도 줄 전체가 같이 휘말린다. 그래서 나는 뭐든 센다. 리허설에서는 마디를, 집에서는 달력에 남은 공연 날짜를. 첼로 케이스 걸쇠도 두 번은 잠가야 마음이 놓인다. 검은 드레스 자락에는 송진 가루가 늘 동그랗게 묻어 있고, 털어도 지워지지 않아서 이제는 그냥 둔다.
대가는 몸이 먼저 치렀다. 활을 잡은 오른 어깨는 일 년 내내 들고 있는 짐처럼 올라가 있고, 왼손 손가락 끝의 굳은살은 겹겹이 쌓였다. 공연 전에 바른 핸드크림은 무대 위에서 전부 지판에 묻어 버린다. 시즌 마지막 공연, 대곡은 사십 분을 넘게 이어졌고 마지막 음은 지휘자의 손이 내려올 때까지 허공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활을 거두는 순간, 오른 어깨가 살짝 떨렸다. 옆자리의 나이 많은 연주자가 그걸 봤다. 공연이 끝나고 내 악보 폴더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즈야오, 이제 누가 너도 좀 챙겨 줄 때가 됐어.

이번에는, 세지 않는다
그 오후는 석 달 전에 예약해 둔 것이었는데, 하마터면 가지 못할 뻔했다. 일이 생겨서가 아니다. 겁이 났다. 십일 년을 버텨 온 어깨를 낯선 사람 손에 맡긴다는 게, 생각만 해도 어색했다. 그래도 갔다. 방은 어둑했고, 수건은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고, 공기에는 나무와 마른 꽃 향이 은은했다. 엎드리면서 왼손을 일부러 몸 아래에 감췄다. 혼자 박자를 짚을까 봐서였다. 테라피스트는 묻는 말이 많지 않았다. 시작 전에 조용히 한마디만 했다. 오늘은 서두르지 마세요, 천천히.
손바닥이 어깨뼈 위에 내려앉았다. 따뜻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나는 무심코 머릿속으로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 셋에서 그만 웃음이 터졌다. 쉬는 것까지 박자에 맞춰야 하다니. 그런데 그 웃음 뒤에 어깨가 저절로 가라앉았다. 그 뒤의 시간은 전부 감각으로 기억한다. 오일이 퍼질 때의 서늘함이 손바닥 열기에 금세 데워지는 것, 손이 허리 옆을 지날 때 살짝 멎던 숨, 단단히 받쳐 주는 그 묵직한 뻐근함이 조금씩 번져 오는 것. 잠들지는 않았다. 잠으로 보내기엔 아까웠다. 나는 그저 내 호흡이 흐트러졌다 가라앉고, 가라앉았다 흐트러지는 걸 들었다. 악보 없는 느린 악장처럼. 아무도 내 등장을 기다리지 않았고, 나는 누구에게도 제시간일 필요가 없었다.

객석이 빈 뒤에
끝나고 테라피스트는 따뜻한 수건을 내 등에 얹으며 말했다. 조금 더 누워 계세요. 누운 채로, 복도에서 누가 보면대를 밀고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바퀴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이상했다. 평소 같으면 그 소리만 들어도 리허설 일정표부터 찾았을 텐데. 그날은 움직이지 않았다. 박자를 누군가에게 넘긴다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 앞서지도, 처지지도 않고, 시간이 나를 데려가고, 나는 그냥 누워 있으면 되는 것.
집으로 가는 전철에서 무릎 위에 손을 펼쳐 놓고 봤다. 손가락 끝 굳은살은 그대로인데, 손 전체가 부드러웠고, 오른 어깨도 처음으로 올라가 있지 않았다. 시즌은 끝났고, 단체 채팅방에는 벌써 다음 시즌 일정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그 표를 한참 들여다보면서도, 예전처럼 칸부터 세지 않았다. 어떤 오후는 커튼콜까지 기다려야만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박자를 잠시 넘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예약 페이지에서 미리 자기 오후를 잡아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다음 예약을 새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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